엘리

448쪽

21.06.08 ~ 30 (23일)

 

이전에 "숨"이라는 단편집으로 한 번 접해본 sf 단편 작가의 작품이다. "숨"보다 이전에 발표된 단편들이 실려있다. 

 

전체적으로 단편들의 질이 대단히 뛰어나다. 독특한 소재를 다루면서도, 논리적인 세계관이 탄탄하게 구축되어 있고 설득력이 있다. 또한 각 소재에 대한 인문학적인 고찰이 잘 드러나는 단편들이 보인다. 특히나 마지막에 수록된 "외모 지상주의에 관한 소고: 다큐멘터리"가 이런 고찰과 메세지가 두드러진다. 이 단편을 가장 인상 깊게 읽었는데, 충분히 가능할만하지만 독특한 소재와 그에 관한 이야기가 각 인물들의 짧은 인터뷰가 교차되면서 전개된다. 각 인물들의 인터뷰는 하나하나가 대단히 뛰어나다. 일상에서의 이야기, 서로의 진영을 대변하는 논리(각 진영의 논리가 모두 대단히 설득력 있다.) 등등. 

 

능청스럽게 현실과 전혀 다른 세계관을 묘사하는 것도 재미있다. "바빌론의 탑"과 "일흔 두 글자"가 이런 식인데, 절대로 해당 소재를 직접적으로 설명하지 않고, "당연하게" 묘사를 시작한다. 그래서 읽다보면 어? 하는 순간이 오게 되는데 이런 식의 전개를 쓰는 데는 천재적인 것 같다. 너무 남발하면 안 되겠지만...

 

본 작품과 단편집으로는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들 수 있겠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도 소재 선정에서는 본 작 못지않게 탁월하다. 하지만 논리와 메시지에서는 이 작품에 비할 수준이 전혀 아니다. 그로 인해서 작품 평가가 전혀 다를 수 밖에 없다. (물론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도 그렇게까지 나쁜 작품은 아니다.) 

 

다만 "숨"과 다르게 몇몇 단편들은 아쉬웠다. 예를 들어 "지옥은 신의 부재"나 "이해"와 같은 단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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