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토리나인

300쪽

21.07.27 ~ 21.08.01 (6일)

 

2020년 하반기부터 지금까지 줄곧 베스트셀러를 차지하고 있는 화제작이다. 완전 독창적라고 할 순 없지만, 적당히 개성있는 세계관을 바탕으로 밝은 분위기의 작품이다. 

 

도입부가 상당히 훌륭하다. 세계관의 소개를 설명조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하나씩 보여주며, 주인공의 시점에서 적당한 긴장감을(면접과 첫 출근) 유지하며 잘 전개해나간다. 비현실적인 세계관을 "당연하다는 듯이 능청스럽게" 설명해 나가는 부분도 좋다. 이 부분의 최강자인 테드 창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본 작의 작가도 충분히 훌륭하다.

 

중반부부터 현실의 등장인물과 상호작용을 하는 방식으로 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하지만 현실의 이야기는 지나치게 긍정적이고 전형적으로만 연출되어 아쉽다. 현실의 등장인물 사이의 교점이 은근히 드러나긴 하지만 크게 부각되진 않는다. 현실의 등장인물의 교점을 조금 더 강조했으면 전형적인 이야기에 조금 더 개성을 불어넣을 수 있지 않았을까 아쉽다. 이사카 고타로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 뮤지크"와 같은 방식으로 전개될 수 있었다면 조금 더 좋았을 것 같다. 물론 쉬운 개선책은 절대 아니고, 본 작의 전개 방식도 전형적일 지언정 나쁘다고 할 정돈 아니다.

 

반면 꿈 세계는 비교적 매력적으로 연출된 것 같다. 등장인물들의 개성도 잘 살렸고. 주인공이 비교적 무개성으로, 관찰자로서의 속성만 부각되는데, 이 부분 덕분에 오히려 세계관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다만 추후에 드라마나 영화로 미디어믹스된다면(가능성 높다고 본다) 주인공에 개성을 부여할 필요가 있을 수도 있겠다.

 

두 조연의 에피소드를 담은 에필로그도 상당히 훌륭했다. 사실 이 책을 읽을 때는 후속작이 계획되어 있는지 몰랐는데, 2편이 나왔으므로, 2편에서 조금 더 이야기가 확장되고 전개될 수 있을 것 같다. 아무래도 1편보다 더 어려운 작업이 될 것 같은데, 과연 작가가 잘 이겨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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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유

551쪽

21.07.01 ~ 26 (26일)

 

스페인 독감에 대해 다룬 책이다. 번역판의 부제는 "1918년의 '코로나 19', 스페인 독감의 세계 문화사"이지만, 코로나19 발발 이전에 쓰인 책이기 때문에 코로나19에 대한 내용은 없다.(애시당초 스페인 독감은 코로나19와 비교도 안되는 인류사의 재난이였다...)

 

전반적으로 책의 구성이 너무 난잡하고 길다. 여기저기 흥미로운 분석이나 에피소드들이 있지만, 책이 유기적으로 묶여있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때문에 관심 있는 주제였음에도 그다지 재미있게 읽지는 못하였다.

 

스페인 독감에 대해 알고 싶다면, 이전에 포스팅한 지나 콜리타의 "독감"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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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

448쪽

21.06.08 ~ 30 (23일)

 

이전에 "숨"이라는 단편집으로 한 번 접해본 sf 단편 작가의 작품이다. "숨"보다 이전에 발표된 단편들이 실려있다. 

 

전체적으로 단편들의 질이 대단히 뛰어나다. 독특한 소재를 다루면서도, 논리적인 세계관이 탄탄하게 구축되어 있고 설득력이 있다. 또한 각 소재에 대한 인문학적인 고찰이 잘 드러나는 단편들이 보인다. 특히나 마지막에 수록된 "외모 지상주의에 관한 소고: 다큐멘터리"가 이런 고찰과 메세지가 두드러진다. 이 단편을 가장 인상 깊게 읽었는데, 충분히 가능할만하지만 독특한 소재와 그에 관한 이야기가 각 인물들의 짧은 인터뷰가 교차되면서 전개된다. 각 인물들의 인터뷰는 하나하나가 대단히 뛰어나다. 일상에서의 이야기, 서로의 진영을 대변하는 논리(각 진영의 논리가 모두 대단히 설득력 있다.) 등등. 

 

능청스럽게 현실과 전혀 다른 세계관을 묘사하는 것도 재미있다. "바빌론의 탑"과 "일흔 두 글자"가 이런 식인데, 절대로 해당 소재를 직접적으로 설명하지 않고, "당연하게" 묘사를 시작한다. 그래서 읽다보면 어? 하는 순간이 오게 되는데 이런 식의 전개를 쓰는 데는 천재적인 것 같다. 너무 남발하면 안 되겠지만...

 

본 작품과 단편집으로는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들 수 있겠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도 소재 선정에서는 본 작 못지않게 탁월하다. 하지만 논리와 메시지에서는 이 작품에 비할 수준이 전혀 아니다. 그로 인해서 작품 평가가 전혀 다를 수 밖에 없다. (물론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도 그렇게까지 나쁜 작품은 아니다.) 

 

다만 "숨"과 다르게 몇몇 단편들은 아쉬웠다. 예를 들어 "지옥은 신의 부재"나 "이해"와 같은 단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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