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차 : 3월28일 수>

자코텔 -> 토요나카 사쿠라에 -> 만박기념관 -> 츠루하시 후게츠 -> 자코텔

 

3일차 자전거 경로1

 

3일차에는 대중교통 이용을 전혀 하지 않고 자전거로만 돌아다녔다. 8박9일이니까 하루쯤은 이렇게 낭비해도 된다. 

 

구글 지도 일본판에서는 왠지 몰라도 자전거 경로 지원이 안된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도보로 다녔는데, 가끔씩 지하보도 같은 자전거로 다닐 수 없는 경로가 나온다. 적당히 알아서 우회해가는 수 밖에 없다. 실시간으로 경로를 기록하며 다닌게 아니라서 위 사진과 실제 경로는 약간 다르다. 예컨대 지도에 표시되지는 않았지만 실제로는 오사카성을 경유해서 갔다.

 

자코텔의 자전거

자전거는 숙소인 자코텔에서 빌렸다. 원래 유료인데 나중에 밤에 숙소에서 러시아인이랑 주인 아저씨 사이에 간단히 영어로 통역해주며 커뮤니케이션을 도와줬더니 공짜로 빌려줬다. 아마 체크인 시에 뭔가 실수가 있어서 트러블이 잠깐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여튼 잘 해결되었고 자전거 무료로 빌렸으니 난 개이득.

 

예정보다 약간 늦은 9시 40분에 출발. 급한 마음에 자전거도 사진 대충 찍고 서둘러 출발했다. 첫 목적지는 가성비 가이세키로 유명한 토요나카 사쿠라에이다. 대중교통으로 가기 애매한 위치에 있기에 아예 자전거 타고 가기 위해 이 날로 일정을 잡았다. 참고로 오사카시가 아니라 토요나카시에 있기 때문에 꽤 멀다. 대략 20km

 

자전거 타며 찍은 오사카성

 

가는 길에서 크게 돌아가지 않고 오사카성을 경유할 수 있어서 들렀다. 예정에 없이 노코스트로 오사카성 한 번 더 본 느낌. 

 

요도강

요도강을 건너고...

 

건널목들을 건너고...

 

이름 모를 골목들을 지나고...

 

아니 날씨도 좋고 자전거 타서 기분도 좋긴한데 이제 슬슬 나올 때가 됬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뭔가 이상하다.

 

하 지도를 보고 출발한지 2시간만에 깨달았다. 도요나카 사쿠라에가 아니라 사쿠라 그릴이라는 알 수 없는 식당을 찍고 가고 있었단 것을... 하 망했다. 12시에 예약했는데 벌써 11시 반이다.

 

다행히 여태까지 완전 이상한 방향으로 가고 있던 건 아니였다. 죽어라고 가면 30분정도 지각하고 갈 수 있을것 같아 전화로 12시 반으로 예약시간을 미뤘다. 근데 거리상으로 그리 멀진 않은데 경사가 장난이 아니다... 계단도 많고... 우회할 시간 따윈 없으니 자전거 끌고 끙끙대며 오른다.

 

진짜 열심히 달렸다...

 

12시 18분, 언덕길을 감수하고 달린 덕에 빠르게 도착했다. 도요나카 사쿠라에는 약간 식당 없을 것 같은 일반 상가에 위치해있다. 하도 감격스러워서 상가 2층에서 사진 한방 찍었다. 주변에 절대 관광객 없을 것 같은 그런 동네다.

 

도요나카 사쿠라에 메뉴 설명서

드디어 고대하던 도요나카 사쿠라에에 입장했다. 테이블석과 카운터석이 있었는데, 나는 혼자였으므로 카운터석으로 안내받았다. 점심 메뉴로는 4000엔대와 7000엔대의 가이세키 메뉴가 있다. 나는 가난하므로 4000엔대를 시켰다. 최근에 한국인이 많이 와서인지 한국어로 코스가 설명되어 있는 종이를 준다(최근에 무슨 예능에 나왔다는 것 같다.). 

 

전채요리 / 국물요리

시작부터 심상치 않게 맛있다. 간이 세지 않아서 건강한 느낌이면서도 뭔가 고급지게 맛있는 느낌이랄까. 가이세키는 처음 먹어보는거라 원래 이런건지 이게 이 집의 특징인건지는 잘 모르겠다.

 

사시미 / 핫슨

이어지는 메인 요리들도 훌륭하다. 위의 사시미는 거품간장이 함께 나오는데 이 소스가 너무너무 맛있엇다. 아래 뭔가 풍성하게 나오는건 코스 설명서에 핫슨이라고 되어있는건데, 보이는거보다 양은 적지만 이것도 맛있다. 

 

타키아와세

타키아와세라는 요상한 것이 나왔다. 위에 솜사탕처럼 올려져있는데 뭔지는 잘 모르겠다. 어찌됬든 맛있다.

 

식사

식사는 차림이 약간 아쉽지만(반찬이 좀더 있었으면 ㅠㅠ) 맛은 훌륭하다.

 

디저트

디저트까지 나오면서 정말 끝! 총 식사시간은 대략 1시간 20분정도 소요되었다. 도요나카 사쿠라에를 총평하자면 (가이세키치고) 부담없는 가격에 훌륭한 맛을 보여주는 맛집이다. 위치만 좋았다면 무조건 방문 추천할텐데 위치가 관광지에서 너무 멀어서... 일정에 여유가 있다면 가볼만 할 것 같다. 물론 나처럼 멍청하게 자전거 타고 가지 말고 대중교통을 이용하자. 대중교통이 애매하긴 해도 자전거보단 훨씬 낫다.

 

밥 다먹고 나니 2시가 다 되어 간다. 자 이제 오늘의 목적은 이뤘으니 다시 숙소로...

 

3오후 자전거 경로

아무리 무식하게 여행다니는 나라고 해도 몇 시간씩 자전거 타고 올라와서 가이세키만 먹고 내려가지는 않는다. 여행 전에 지도를 보았을때, 돌아오는 길에 오사카 만박기념관을 들리면 좋을 것 같아서 그리 하기로 하였다.

 

지나가다 들린 전망대

오전엔 자전거 타다가 진짜 죽는줄 알았는데, 여유롭게 점심을 먹고 나니 한결 몸이 가볍다. 도요나카 사쿠라에에서 만박기념공원까지는 대략 7km정도이다. 느긋하게 자전거를 즐기며 가고 있는데, 뭔 공원에 뭔지모를 낮은 전망대 같은 곳이 있다. 주변에 초등학생들도 보이고. 자전거를 주차해놓고 잠시 전망대(?)에 올랐다.(관리하는 사람도 없다.) 별 대단할 것 없는 전망이지만, 날씨가 좋아서 상쾌하다. 한국으로 돌아와서 위치를 찾아봤더니 이곳 인 것 같다. 물론 별거 없으니 굳이 찾아갈 필요는 없다.

 

만박공원 가는 길

여유부리다보니 3시 반쯤에야 만박기념공원에 도착했다. 공원 입구 찾는게 은근 어려워서 약간 헤맸다.

 

공원 지도

사실 별로 조사를 하지 않고 왔는데 생각보다 공원이 매우 매우 넓다. 그런데 5시에 폐장이라(입장은 4시 반까지) 볼 시간이 촉박하다. 참고로 입장료는 250엔으로 매우 저렴하다. 각종 공원 운영 정보는 여기 에서 확인할 수 있다.

 

태양의 탑

공원의 입구를 들어서자마자 오사카 엑스포의 심볼인 태양의 탑이 보인다. 20세기 소년에서 본 바로 그거다. 가까이서 보니 뭔가 더 기괴한 느낌이 든다. 근데 사실 만박기념공원에서 엑스포랑 관련있는건 이거 뿐이고(관련된 박물관이 있는것 같긴 하다.), 나머지 엑스포 부지는 말그대로 공원으로 조성되어 있다.

 

만박기념공원 풍경

공원은 매우매우 넓어서 제대로 보려면 2~3시간 정도는 잡아야 한다. 각 구역마다 특색있게 꾸며놔서 상당히 보는 맛이 있다. 중간 중간에 벤치도 있어서 힐링하기엔 최고다. 다만 나는 시간이 촉박해서 여유를 별로 즐기지 못한게 아쉽다.

 

만박기념공원 풍경

공원 내에 꽤 넓은 호수도 있다. 이때가 벚꽃 시즌이여서, 공원 내에 벚꽃도 잘 조성되어 있었다.

 

공원 한쪽 구석엔 돗자리를 깔아놓고 피크닉을 즐기는 가족들이 많았다. 이것저것 음식을 파는 노점상도 있던데 배고프지도 않고 시간도 없어서 사먹지는 않았다.

 

엑스포 시티

5시 폐장 시간에 딱 맞춰서 공원에서 나왔다. 공원 입구 옆에는 엑스포시티라고 해서 식당과 쇼핑몰, 수족관, 건담 관련 몰 등이 있는데 난 별로 관심도 없고 해지기 전에 빠르게 돌아가고 싶었으므로 들리지는 않았다.

 

만박기념공원은 저렴한 가격에 넓은 부지로 올만한 관광지인것 같다. 하지만 오늘 일정이 다 그렇듯이, 위치가 문제다. 오사카 시내에서 상당히 멀기 때문에, 그 점을 고려해서 저울질 해보는게 좋을 것 같다.

 

 

5시 반이 지나가면서 서서히 해가 지기 시작했다. 해가 완전히 지기 전에 오사카 시내로 진입이라도 하고 싶었는데 시간상 힘들 것 같다. 뭐 그래도 시간 제약을 인식하며 길을 열심히 찾으면서 자전거로 달리는것도 꽤 재미있긴 했다. 힘들긴 더럽게 힘들었지만. 

 

멘겐소

요도강을 다시 건너서 오사카 북쪽 시내로 진입하니 이미 7시 반이였다. 만박기념공원에서 대략 2시간 반정도 걸린 셈인데, 어두워져서 좀 헤맨탓이다. 자전거를 한참 탔더니 다시 배가 너무 고파져서 요도강을 지나 가장 처음 나온 번화가인 덴진바시어쩌구역에 자전거를 주차하고 식당을 찾았다. 적당히 라멘을 먹으면 딱일것 같아서 네일동에서 검색했는데, 인근에 멘겐소라는 라멘집에 대한 리뷰가 있어서 찾아갔다. 손님은 그다지 많지 않았고, 주인장은 친절했다. 라멘 맛이 잘 기억은 안나는데... 무난히 괜찮은 정도였던 것 같다. 가격은 세금 포함 780엔. 뭘 시킨건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오사카성 야경

오사카 시내에도 무사히 진입했고, 배도 채웠겠다, 이젠 급할게 없다! 천천히 주변 야경을 즐기면 된다. 숙소로 돌아가는 동선에 있는 건 만만한 오사카성이여서 아침에 이어서 또다시 들렀다. 밤에 오는건 처음인데, 꽤 사람이 있고 성에도 불을 켜둬서 볼만하다. 적당한 곳에 자전거를 주차해놓고, 아이스크림(400엔, 좀 비싸다.) 하나 먹으면서 돌아다니니 이보다 행복할 수가 없다. 내친김에 파인애플꼬치도 먹었는데, 100엔밖에 안한다. 강추. 적당히 돌아다니다보니 벌써 9시가 넘었다. 바로 숙소들어갈까 고민하다가 시간도 좀 남고해서 야식으로 오코노미야키를 (처)먹기로 결심했다. 이미 많은걸 (처)먹었지만 나는 여행에서 먹을걸 아끼지 않는다. 그리고 오늘은 하루종일 자전거를 타서 칼로리 소모도 많았다 솔직히. 

 

츠루하시 후게츠

숙소가 츠루하시역 인근인데 마침 근처에 츠루하시 후게츠라는 프랜차이즈 오코노미야키집이 있다. 아마 여기가 본점이 아닐까 싶은데 잘 모르겠다. 여기는 테이블마다 불판이 있고, 점원이 와서 오코노미야키를 만들어 준다! 천천히 만들어지는걸 보는것도 재미있다. 나는 또 욕심이 도져서 야키소바도 포함된 모던야키를 시켰다.(그 외에 토핑은 뭘했는지 잘 기억이 안난다. 아마 기본으로 하지 않았을까?) 여기에 +맥주+세금해서 1479엔. 행복하게 먹긴했는데 라멘먹고 오사카성에서 주전부리도 했더니 도저히 다 먹을수가 없다... 3분의 1정도 남기고 포장해서 왔다. 숙소에 러시아 아저씨(전 날 밤에 말을 좀 하며 안면을 텄었다.)에게 권해봤는데 안 먹는다해서 내가 다음날 아침으로 먹었다. 이 포스트 맨 위에서 언급한대로, 러시아 아저씨랑 숙소 주인 아저씨랑 약간 트러블이 생긴걸 통역 좀 해주고, 적당히 이야기나 하다가 자러 갔다. 대략 12시 좀 안되어서 취침이였던 듯.

 

이 날 만보기에 찍힌 걸음 수는 28000보쯤 되는데... 너무 많이 나온것같다. 이 날 거의 자전거로 다녀서 이 정도까지 나올리가 없다. 물론 그래도 꽤 많이 걷긴해서 15000~20000보쯤은 될거 같긴한데... 아무래도 자전거 타는 동안 만보기가 걷는거로 오인식한거 같다.

 

4일차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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