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판

20.07.19 ~ 08.31(43일)

440쪽

 

롤리타의 작가인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장편 역작 소설. 읽기 대단히 어려운 편이. 덕분에 400쪽대의 장편소설이지만 40일 넘게 걸렸다. 그럼에도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대단한 작품이다. 또한 갖가지 장치들이 많은데, 혹시라도 이러한 장치들을 전혀 모른 상태로 읽고 싶다면, 아래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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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기본적으로 머리말 / 시 "창백한 불꽃" / 주석 / 색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목차를 읽는 독자라면 이미 여기에서부터 이상함을 느낄 수 있는데, 시의 분량에 비해 주석이 너무나도 길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머리말을 읽고 나면 더더욱 혼란하다. 머리말에서 우선 시인과 주석자에 대해 간략히 소개를 한다. 시인은 이미 죽었고, 주석자는 그의 절친으로서 다른이들을 뿌리치고 이 시를 출판하고 주석을 쓰게 되었다고. 그런데 주석자가 지나치게 자신만만하질 않나, 자꾸 괄호 참조로 어디를 참조하라 하질 않나, 끝내 이런말도 한다. "좋든 나쁘든 최후의 말을 하는 이는 바로 주석자다" 또한 독자들에게 어떤 식으로 읽으라고 다양하게 권하는데, 시를 먼저 읽고 주석을 읽거나, 시와 주석을 번갈아 가며 읽거나 등등 다양한 선택지를 준다. 주석 속에도 괄호 참조가 끝도 없이 있어, 독자는 이 책을 무궁무진한 방법으로 읽어나갈 수 있다. 

 

시 자체는 큰 감상은 없었다. 그런데 주석에서는 시 자체의 이야기도 하지만 뭔지 모를 "젬블라 왕국"에서 도망쳐나온 왕과 그를 암살하려는 국왕 시해자의 이야기를 자꾸 꺼낸다. 게다가 주석에서 틈틈히 언급되는 주석자와 시인간의 관계도 대단히 이상하다. 국왕의 이야기, 암살자의 이야기, 주석자의 이야기 총 3가지가 시의 해석은 뒷전으로 두고 주석의 메인 내용을 차지하며 번갈아가면서 전개되는 식이다. 주석을 읽어나갈 수록, 주석자가 미치광이라는 점이 점점 명백해져가는데, 결국 전작인 롤리타와 마찬가지로 서술자를 믿을 수 없게 된다. 하지만 3개의 이야기가 나름대로 흡입력이 있어서 계속 읽어나가게 되는데, 결국에는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지고, 거기서 약간의 후기와 더불어 주석은 끝난다.

 

주석 이후에 색인 부분이 있는데, abc순서로 지명이나 인물등을 설명한다. 이 색인도 굉장히 독특한데, 자꾸 어디를 참조하라 하고, 본문에 언급되지 않은(혹은 내가 놓친) 인물이나 지명도 계속 나온다. 무엇보다 주석자 본인과 시인의 색인이 기묘하다. 마지막에 z로 시작하는 젬블라(Zembla)의 색인으로 끝난다 : "머나먼 북쪽의 나라".

 

 

전반적으로 나는 이 소설의 50%도 채 이해하지 못한것 같다. 독서 외적인 요인으로 집중력이 떨어진 상태로 읽어서이기도 하지만, 소설 자체가 대단히 해석의 여지가 많고 쉽게 읽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재성을 느낄 수 있는 매우 뛰어난 작품이란 점은 충분히 느껴졌다. 게임적인 요소가 굉장히 많고 찾아낼만한 떡밥들이 대단히 많은 작품인데, 이 부분에 대해 크게 이해는 못하고 넘어가서 아쉽다. 그나마 문학동네판의 역자 해설이 잘 정리되어 있어 어느정도는 이해할 수 있었다. 나중에 다시 읽어보면 또 느낌이 확 다를만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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