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HK

395쪽

20.12.28 ~ 21.01.07

 

 

오랜 기간 동안, 내가 꼽는 최고의 소설 도입부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상실의 시대)"이었다. 내 현재 소설 취향에 비해서는 지나치게 상업적인 도입부이지만, 완독 후 다시 읽었을때의 씁쓸함과 아련함이 강하게 여운을 남겼기 때문이다.(내가 비틀즈를 대단히 좋아하는 것도 크게 작용하긴 했다.) 

 

반면에 "스토너"의 도입부는 지극히 무난하다. 그저 주인공인 스토너가 본 작품의 주된 무대가 되는 미주리 대학에 입학하여, 부모의 뜻을 거스르고 영문학과로 전과하여 교육자가 되는 모습을 보여줄 뿐이다. 그 과정에서 첨예한 갈등이나 대립은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2회독의 이 도입부에서 어딘지 모르게 애잔한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아마 2회독 이상을 하는 다른 독자들도 대부분 비슷하게 느끼지 않을까 싶다.

 

"스토너"는 50년대 미국에서 발간된 소설이다. 작품 속 주인공과 비슷하게, 그 후 몇십 년동안이나 주목받지 못하다가, 2010년대에 유럽에서 갑자기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널리 알려졌다. 국내에도 4~5년전쯤 알려졌으며, 나도 2017년에 이미 한번 읽은 바 있다. 당시에도 훌륭한 소설이라고 생각하였지만, 다시 읽을 수준의 작품이라고까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특히 이디스의 무자비한 폭력에 상당한 불편함과 답답함을 느꼈던 것이 평가를 낮춘 주된 요인이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왠지 모르게 다시 읽은 이 소설은, 처음 감상때의 평보다 훨씬 더 훌륭한 책이었다. 특히 도입부와 결말부가 가장 마음에 든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영문학의 고전이 될 훌륭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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